2010년 3월 18일 목요일

복리의 마술

 APR (Annual Percentage Rate)이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 써 놓으니 모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APR이란 은행이 여러분에게 대출을 해줄 때 요구하는 연이자율을 의미한다. 여러분이 은행에서 연이자율 7%로 대출을 았다면 바로 이 7%를 우리는 APR이라 부른다. 

 

그럼 이제 EAR (Effective Annual Rate)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건 APR보다 조금 더 어려운 개념이나 Effective Annual Rate라는 영어를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여러분이 은행에서 연리 7%의 대출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경우 이자를 1년치 이자를 매달 나눠서 은행에 내야 한다. 아마 매달 원금의 7/12 %를 이자로 내야 할텐데 이 경우 여러분이 실제 부담하는 연이자율(EAR)은 은행이 대출이자율이라고 떠드는 APR 7%보다 높아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생활에서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려줬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자를 매달 조금씩 나눠서 받는 것이 좋겠는가 아니면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연말에 한방에 받는 것이 좋겠는가?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렸을 때를 생각해 볼까? 이자를 조금씩 매달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게 좋을까 아니면 연말에 한방에 내는 것이 좋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APR이 무엇인지 EAR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자 를 받을 때는 조금씩 나눠서 빨리 받는 것이 좋고 이자를 낼 때는 연말에 한방에 내는 것이 좋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것이다. EAR이란 이렇게 중 이자지급횟수가 1회가 아니라 여러 번 일 때 APR을 실제 부담하는 연이자율로 환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럼 연중 이자지급횟수가 1회일 때 EAR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APR과 같아진다. 이럴 경우에는 굳이 APR EAR을 구분하는 실익이 전혀 없게 된다.

 

이쯤되면 은행이 교묘하게 여러분에게 개구라를 치고 있다는 것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이 돈을 연리 7%로 빌려준다고 광고를 할 때 이 7%는 바로 APR이다. 그럼 1년 동안 매달 7/12 %의 이자를 12개월에 걸쳐 은행에 꼬박꼬박 갖다 바치는 여러분이 1년에 실제 부담하는 이자율인 EAR은 얼마일까? 정답은 7.23% 되겠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분들은 그래도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 은행 문턱이 너무나 높아 할 수 없이 제 2금융권이나 사설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분들의 경우 APR EAR의 차이는 엄청 벌어진다. 실례를 한번 보자. 내가 한때 사모해 마지 않던 우리 한채영의 시댁인 대표적 사설대부업체 러쉬앤케쉬의 최저 이자율이 16%이고 최고 이자율이 48.54% 란다. 이자를 매달 낸다고 가정할 때 APR 16% 이면 EAR 17.23%가 되고 APR 48.54%이면 EAR 60.94%가 된다.


최근 사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이자제한법이 개정되었는데 얼마 전까지 법정최고이자율은 APR 66% 였다. 이 경우 EAR은 무려 90.12%가 된다. 이는 사설대부업체에서 100만원 빌리면 1년에 실제 부담하는 이자가 90 1 2백원이라는 말이다.

 

법의 규제를 받는 사설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도 이자부담이 이렇게 큰데 불법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빌린 궁민의 고통은 어떻겠는가? 사채 쓰면 패가망신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사채는 사회악일까? 이자제한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제도권금융에서 돈을 융통할 수 없는 사람들이 그나마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사채를 사회악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이자제한법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권금융에서 돈을 융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가 받는 높은 이자는 디폴트 리스크를 감수하는데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이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제이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작 이자제한법보다 더 필요한 것은 불법추심행위 근절이다. 금융당국과 검경은 불법추심행위를 엄벌하여 돈 좀 빌렸다는 이유로 인권에 반하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없게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희망적인 얘기를 좀 해보자. 예전에 전두환과 노태우가 4,000억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꼬불쳤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4,000억이란 돈을 모으려면 1년에 1억씩 모아도 4,000년이 걸린다며 분개해 마지 않았다. 정말 1년에 1억씩 모으면 4,000년이 걸려야 4,000천억을 모을 수 있을까? 이건 세상에 이자라는 것이 없을 때 얘기고...ㅎㅎ
 

남자는 상처를 남기고 돈은 이자를 남긴다던가? 이 세상에는 엄연히 이자라는 것이 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은행예금에 대해 이자는 1년에 1번 지급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세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제 문제다. APR 5%라고 할 때 여러분이 1년에 1억원씩 은행에 예금을 한다면 얼마만에 4,000억을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108.7년이다.


1년에 천만원 저축하기도 힘든데 무슨 1억을 저축하냐고 하실 분들 있겠지. ㅎㅎ 1년에 천만원 저축하는 사람도 살아 생전에 4,000억을 모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숫자로 보여주겠다. APR 9% 라면 1년에 천만원씩 저축할 경우 95.02년이면 4,000억을 만들 수 있다. 태어나서부터 일년에 천만원 저축한 사람은 재수 좋으면 살아 생전에 4,000억 만져보고 밥 숟가락 놓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APR을 좀 더 올려 볼까? APR 20%가 된다면 1년에 천만원씩 저축한 사람은 49.29년이면 4,000억 만든다. 요즘 평균 수명을 생각할 때 나서부터 은행에 예금을 할 경우 거의 대부분 살아 생전에 4,000억을 손에 쥔다. 어떻게 은행금리가 20%가 되냐고? 그건 나한테 모라 그럴게 아니라 한국은행에 가서 컴플레인 하기 바란다. 콜금리 올리라고...ㅋㅋ

 

P.S. : 첨부한 Excel File은 내가 APR과 연중 이자지급횟수에 따라 EAR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APR 1년에 은행에 예금하는 금액이 변할 때 4,000억원을 만드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Excel에 내장된 재무함수로 계산해 놓은 것이다. 윗 글에 제시된 숫자에는 노란색으로 표시해 놨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궁금한 분은 한 번 보시기 바란다.

 

Compounding.xls

Compounding.x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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